허술한 제도 악용사례 방지 목적
"1년 이내에 사업장을 변경하는 비율이 31.5%"
정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의 주재 아래, 고용허가제 대상인 비전문 인력 외국인력(E9 비자)의 '사업장 변경 제도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9월부터 고용노동부가 노·사·전문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마련한 내용이다.
정부는 먼저 지방의 노동력 부족 현상과 외국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에 대응해, 일정한 단위의 권역과 업종 내에서만 외국 인력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수도권, 충청권, 전라·제주권 등 특정 권역 안에서만 이직이 가능해진다. 현재 외국인력은 취업이 허용된 업종 안에서라면 전국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하다.
바뀐 제도는 7월 외국인력정책위원회 통과 후 9월 신규입국자부터 적용된다. 그밖에 특히 인력이 부족한 조선업 등에서는 세부 업종 내에서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 사유 및 이력' 정보를 제공한다. 태업 등 온갖 꼼수를 부려 입맛에 맞는 업체로 이직하려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 앞으로는 근로자의 잘못으로 사업장을 변경하게 된 이력을 사업주에게 알린다. 반대로 임금체불이 있거나, 외국인 근로자 이직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업장의 정보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문가 지원단을 구성해 사실관계 확인 등을 지원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한국인 사업주와 외국인력과의 갈등을 고용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 사전 차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정부는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초기에 사용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업장을 변경한 경우, 해당 사업장의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을 면제해준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는 사업주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기회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제조업, 건설업 등은 14일, 농축산업, 어업 등은 7일의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후 1년 이내에 사업장을 변경하는 비율이 31.5%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제약은 사업주의 인력 충원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변경된 제도대로라면, 사업주의 책임이 없는 경우 구인노력 기간을 생략하고 지체 없이 외국 인력 신청이 가능해진다. 이는 시행규칙 변경 사항이라 조만간 개선될 예정이다.
그밖에 '재입국 특례 요건'도 완화한다. 현재 외국인근로자는 한국 입국 후 4년 10개월이 지나면 한차례 출국해야 하며, 6개월 이후 재입국이 가능하다. 다만 동일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한 경우엔 재입국 기간을 1개월로 줄여주는 특례가 제공되고 있다. 앞으로는 외국인력이 최초 근무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하면 특례를 허용해 줄 방침이다. 숙련 외국인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차원에서다.
또 동일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출국 및 재입국 절차 없이 계속 근무를 허용하는 '장기근속 특례'도 신설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안에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외국인 공공기숙사를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자체의 사업장별 외국인력 고용 한도를 상향시켜 주고, 고용 허가제 사업장 선발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우대 조치한다. 고용부는 그밖에 숙소‧교통비 지원(예산사업 등) 방안도 관계부처와 함께 추진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